앞서 '다치면 상처가 생기고 출혈이 멎고 딱지가 앉고 이게 떨어지면 흉터가 생겼다가 세월이 지나면 원상 복구가 된다. 암도 상처다, 이런 상처 치료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하면서 암도 이렇게 좀 쉽게 생각하자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실제로 인간의 복원력은 엄청나다. 암은 끝이 아니다. 암으로 인한 상처는 마치 불치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암도 여느 상처와 다르지 않다.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복원력은 참으로 엄청나다는 생각에 깜짝 놀랄 때가 적지 않다.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위태롭던 환자가 멀쩡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다. 놀랄 일이긴 하지만 이게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복원력은 인간의 본성인 항상성의 법칙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자세를 삐딱하게 앉으면 저도 모르게 반듯하게 고쳐 앉는다. 그게 인간 본연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도 항상성의 법칙에서 비롯된다. 밥을 먹어야 힘이 생기고 일할 의욕이 생긴다. 이게 복원력이다.
실은 이런 항상성의 법칙에 의한 복원력은 모든 생물이 갖추고 있는 본성이며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위대한 자연치유력이다. 가뭄에 시든 채소밭에 물을 줘보라. 당장 생기가 돌고 풀 죽어 구부러진 허리가 반듯해진다. 암 상처도 끝장이 아니다. 가벼운 여느 상처처럼 생각해도 된다.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마음이 가벼워진다. 잊지 마라. 면역력은 정신신경면역이라는 사실을.
p112-p113
저자 _ 이시형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기도 하다.